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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경제ㆍ경영

주식시장의 영웅 & 타짜,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 대전 (feat. 아르헨티나 디폴트, 삼성물산, 삼성전자, 현대차)

by Geniusmind 2023. 4. 25.

SM vs Align Partners

최근 주식 시장에서는 행동주의 사모펀드들이 거대 상장사를 상대로 승리를 거뒀다는 기사가 보도되곤 합니다. 이러한 행동주의 펀드의 승리는 국내 자본시장에서 여러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는 많은 기사들이 나오곤 했죠. 최근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SM엔터테인먼트와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과의 전투였습니다. 이 주총에서 얼라인이 내세운 후보를 지지하여 감사로 선임되었고, 이와 함께 2022년 SM엔터테인먼트는 창사 이래 첫 배당을 결정했었습니다.

 

행동주의 헤지펀드(activist hedge fund)는 상장기업에 상당한 지분을 갖고 회사의 운영, 경영 또는 이사회에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 그들의 영향력을 사용하는 투자 회사입니다. 이들은 금융투자에서 꽤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행동주의 투자자라고도 불리는 이 펀드들은 투자 포지션을 사용하여 그들이 투자하는 회사의 경영과 전략적 결정에 영향을 줍니다. 이들은 주로 기업의 경영권을 양도받지 않고도 기업에 대한 경영참여를 통해 주가 상승을 추구합니다.

 

여러 행동주의 헤지펀드 중 상징적인 펀드중 하나이며, 원한다면 국가와의 소송도 불사하는 헤지펀드가 있습니다. 바로 엘리엇 매니지먼트입니다. 오늘 포스팅은 1.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역사와 전략 2. 아르헨티나와의 국가 소송 전 3. 한국에서의 두 차례의 전투 순으로 작성하겠습니다.

 

1.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역사와 전략

폴 싱어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1977년에 폴 싱어(Paul Singer)에 의해 설립되었으며,  2022년 12월 31일 기준, 약 552억 달러의 자산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는 포트폴리오 관리 및 분석, 거래 및 연구에 거의 절반을 포함하여 500명 이상의 직원을 플로리다 본사 및 기타 제휴 사무소등에 고용을 하고 있습니다. 

 

엘리엇은 채권 매입 및 기업 인수합병(M&A) 등 다양한 투자 전략을 활용합니다. 대부분의 행동주의 헤지펀드가 그렇듯이, 엘리엇이 사용하는 주요 전략 중 하나는 회사의 유의적이며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만큼의 지분을 매입한 다음, 이 영향력을 사용하여 기존의 경영진에게 혁신적인 변화를 강요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전략의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이사회 자리를 요구하거나, 리더십 변화를 추진하거나, 특정한 전략적 (주주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을 옹호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2. 엘리엇 vs 아르헨티나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관련된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사례는 2001년 아르헨티나의 재정위기였습니다. 아르헨티나는 2001년 말에 심각한 재정위기로 인해 1,000억 달러의 대출을 불이행하는 사태에 이르렀으며, 이로 인해 아르헨티나의 국가채권들의 가치는 휴지조각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아르헨티나는 1천억 달러의 대외 부채 문제로 디폴트를 선언 후, 채무 조정을 위해 협상을 진행했고, 대부분의 채권단이 원금의 75%를 탕감하는 채무 조정에 합의를 시도하고, 대신 국가 경제가 회복되면 더 많은 지불을 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제공하기로 공언했습니다. 대다수의 국제 채권단들은 휴지조각이 된 채권가격이라도 건지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채무조정에 합의했지만, 이를 참을 수 없었던 일부 헤지펀드들은 원리금 반환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에게 불행했던 것은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그 일부 헤지펀드 중 하나라는 사실이었죠.

 

엘리엇 펀드의 전략은 아르헨티나 채권을 할인된 가격에 대량 매입한 뒤 누적 이자를 포함한 전액 지급을 요구하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엘리엇이 원하는 만큼의 전액을 지불할 수 없었던 아르헨티나는 채무 불이행을 했습니다. 이어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아르헨티나를 미국 법원에 전액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해 승소하면서 긴 법정 공방이 이어졌습니다. 이에 엘리엇은 아르헨티나 정부 자산 압류를 시도하였습니다. 이는 미상환 국채에 대한 담보물로써 아르헨티나 자산 압류를 시도하나, 대부분의 정부 자산은 주권 면제법으로 보호받고 있었기 때문에, 압류 조치는 점점 어려워졌습니다. 이에 엘리엇은 보다 강력한 한방을 준비합니다.

프라가타 리베르타도 압류

엘리엇이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2012년 당시 아르헨티나는 선박을 가나에 정박하기로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프라가타 리베르타드 호에는 여러 나라의 해군 사관 생도 100명, 아르헨티나 해군 69명, 승조원 222명이 탑승하고 있었습니다. 이 군함은 예정대로 가나의 테마항 정박지에 도착하였습니다. 그 정박한 짧은 시간 동안, 엘리엇의 압수 명령서를 든 한 남자가 나타나서 선박을 압류합니다. 화들짝 놀란 아르헨티나 측 변호사들은 가나의 최고 변호사 에이스 안코마를 선임하였지만 대항하지만, 이미 군함은 엘리엇 측으로 넘어갑니다. 양측의 치열한 논쟁 끝에, 국제 해양법 재판소는 엘리엇의 법원 명령서를 간신히 무효화시켰으며, 아르헨티나 군함은 가나를 떠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큰 이벤트를 포함하여 10년이 넘는 공방 끝에 엘리엇은 아르헨티나 채권에 6억 1700만 달러를 투자하여 392%의 수익률을 얻었습니다. 아르헨티나 정부가 주요 헤지펀드와 합의한 금액은 채권단 원리금의 75%인 46억 5300만 달러이지만, 엘리엇은 원리금보다 적은 금액으로 합의한 것에도 불구하고 950% 이상의 수익을 얻었습니다. 이는 엘리엇이 1998년부터 사들인 변동금리부 채권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후 아르헨티나 경제 위축으로 인해 시중금리가 상승하면서, 엘리엇은 다른 투자자들보다 큰 수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3. 한국에서의 대전

1) 엘리엇 vs 삼성물산-제일모직

2015년 5월, 제일모직(구 에버랜드)과 삼성물산 이사회는 합병비율 1:0.35로 흡수합병을 결의했습니다. 이 결정에 일부 삼성물산 주주들이 반대했고, 이는 합병비율이 관련 법령에 따라 시장가치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감안하여 주가가 높은 시점을 선택하지 않았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이에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삼성물산 지분 7.1%를 확보한 후, 주주들에게 공개서한을 공개하고 합병 저지를 위한 법적 대응에 나서는 등 합병 반대 운동에 나섰습니다.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국 삼성물산 주주들이 합병을 승인했습니다. 합병으로 삼성물산이라는 새로운 지주회사가 탄생했고, 삼성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가 되었습니다. 이어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삼성물산과 임원들을 상대로 소액주주 부당대우와 기업지배구조 위반 등의 혐의로 법적 대응에 나섰습니다. 2018년 대한민국 법원은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주장을 기각하며 삼성물산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삼성물산의 시가총액이 보유한 자산의 가치와 큰 차이가 있으므로, 합병비율을 자산 기준으로 산정하는 것은 법에 어긋나지만, 시장에서 기업의 가치와 큰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는 인정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2) 엘리엇 vs 현대차

2018년 4월, 엘리엇은 현대차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보유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지분은 총 10억 달러 규모였습니다. 그 당시 지분율이 5%를 넘지 않아 공시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정확한 지분은 파악되지 않았지만,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의 시가총액이 합쳐 73조 5000억 원에 이르는 것을 고려하면, 이들 3개사의 지분율은 약 1.5% 정도라고 평가되었습니다.

엘리엇의 등장은 그룹의 지배구조개편안 발표 직후였기 때문에 더욱 주목을 받았습니다. 현대차그룹은 이전에는 4개의 순환출자 구조에 놓여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대모비스를 사업부문과 투자부문으로 분할한 뒤 사업부문을 현대글로비스와 합병시켜 지배구조개편안을 발표했습니다. 개편안은 그룹의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고, 기존의 순환출자를 끊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엘리엇은 현대차그룹의 개편안에 대해 추가조리를 요구하며 반대 의견을 공식화하였습니다. 엘리엇이 원했던 추가조치는 현대차그룹의 고배당이었으며, 2018년 주총에서는 현대차는 1조 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발표하게 되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엘리엇의 공격에 이어 2019년 주주총회에서 다시 한번 엘리엇과 대립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주주총회에서 엘리엇은 8조 3000억 원의 고배당을 요구하고 자신들이 추천한 사외이사를 선임해 달라는 요구를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현대차가 주장하듯이 시장 관계자들은 엘리엇의 요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논리에 수긍했으며, 이에 따라 3사의 주총에서는 배당과 사외이사 선임안건이 모두 현대차그룹이 주장한 대로 통과되었습니다.

 

정리

 

전반적으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적극성은 대체로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내었으며, 이는 목표로 하는 기업에 상당한 지배구조, 주주이익 극대화 등의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하지만 행동주의 펀드는 장기적이고 거시적으로 행동해야 하는 기업의 운영구조를 방해하고, 급진적이고 공격적인 전략과 단기적으로 주주 가치에 초점을 맞춘다는 비판도 받고 있습니다. 이처럼 엘리엇은 주주이익 극대화라는 초점으로 볼 때는 금융시장을 지키는 수호자이자 영웅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위기에 처한 나라의 재정 불안등을 이용하여 자기 이익의 극대화를 노린다는 타짜와 빌런의 모습을 보이는 등 양면적인 얼굴을 보입니다.
물론, 다른 시각으로 보자면 국가차원의 분쟁에도 두려워하지 않고 자기 원하는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10년 이상의 소송을 불사할 정도로 오랜 기간의 인내심을 발휘하고, 세계적으로 유망한 대기업들의 취약점을 분석하여 매우 공격적인 전략을 펼치는 것은, 전 세계에서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영향력이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헤지펀드 업계의 주요 기업으로 남아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주목받는 캠페인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